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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

동네에 자주 들르는 목욕탕이 있다. 좀 오래되었지만 거리가 가까워 좋다. 게다가, 코로나 영향인지 여하간 사람들이 적어 한가하기까지 하다. 어떨 땐 독탕(獨湯)을 쓸 때도 있는데, 주인 입장에선 영 마음이 개운치 않을 듯하다. 아침 운동을 하고 목욕탕에 가면 꼭 하는 절차가 있다. 2천 원으로 샤워용품 하나를 사는 것과 500원짜리 동전 2개로 바꾸는 것이다. 동전은 집에 있는 저금통에 밥을 주기 위해서인데, 동전이 떨어지면 물론 돼지도 굶을 수밖에 없다. 그날도 평소처럼 동전으로 바꾸려는데 1천 원짜리 지폐가 하나밖에 없었다. ‘돼지가 오늘 밥을 굶겠구나’ 싶었는데 2달러짜리 지폐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에 행운의 상징으로 친구에게 받아 쟁여뒀던 거였다. 환율을 생각하면 2달러로 충분한데, 판매대 아저..

보드카와 소주

러시아 보드카(vodka)는 독주(毒酒)의 대명사쯤 되어 있다. 술 좀 하는 주당(酒黨)들 중에는 차별성 부각을 위해 일부러 찾기도 한다. 무색·무미·무취의 3무(無)가 특징인데, 특히 추울 때 체온 유지에 딱 좋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도수는 일반적으로 40도여서 사실 아주 높은 건 아니다. 원소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D. Mendeleev)가 가장 이상적인 도수로 40도를 주장한 이후 1894년부터 이렇게 고정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가 몸에 가장 잘 흡수되고, 맛도 좋다는 것이다. 한때 러시아에서 보드카를 즐겨 마신 적이 있었다. 뭐, 특별할 것도 없이 미국 거지가 양주를 먹는 경우와 같다고나 할까? 하여튼, 추운 겨울에 보드카의 걸쭉한 얼음 알갱이가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느낌은 전율이었다. 오..

역치(threshold)

역치(閾値)란 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기준을 말한다. 방의 문지방(threshold)과 같아, 좀 높으면 다니기 불편하고 너무 낮아도 쓸데없는 것들이 들어올 수 있다. 역치가 높으면 무시해선 안 될 징후들을 빠뜨릴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의미 없는 자극들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전자장치에도 스레시홀드는 적용된다. 비행체를 탐지하는 레이다의 경우 기준치를 너무 크게 하면 작은 것들을 놓칠 수 있고, 너무 낮췄을 땐 새떼들을 비행기로 오인할 수 있다. 속도 설정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조명의 밝기나 음량 조절에도 역치가 활용된다. 우리 감각은 어느 정도 이상이 돼야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데, 시각은 8%, 청각은 5%라고 한다. 기존에 있던 감각과 비교해 상대적 차이만을 인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