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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죄와 벌

요즘 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난리라고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한국말로 부르고, 어릴 적 골목길에서 하던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를 우리보다 더 신나게 따라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재미는 규칙(rule)의 단순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누구나 금방 룰을 이해할 수 있다. 복잡한 계산이나 지식이 필요 없어 사회생활 능력이 승패에 하등 영향을 못 미친다. 오히려, 옛날에 많이 해봤다고 서로 만만하게 여긴다. 이렇게 간단한 게임이지만 무시무시하게도 결과는 생사(生死)를 가른다. 프랑스 혁명기의 단두대(guillotine)처럼 가차 없이 패자의 숨통을 끊는다. 조금의 주저함과 자비도 없다. 마치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불가항력적이다. 사..

일반 수필 2021.11.06

돛단배와 바람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요트 시합을 본 적이 있다. 돛으로 동력을 얻으니 바람이 불어야 잘 달릴 수 있는 건 당연하다. 특별히, 뒤바람이 불어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말 그대로, 순풍에 돛단배가 되는 것이다. 노나 엔진이 없어 오로지 바람에만 의존하는 돛단배는, 그러나 갈 때 순풍(順風)이면 돌아올 땐 반드시 역풍(逆風) 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난 파도까지 세일러(sailer)의 의지를 시험한다. 망망대해에서 실제 이런 상황을 맞는다면 누구라도 간절히 기도를 올릴 게 틀림없다. 놀랍게도, 뱃사람을 진짜 절망 상태에 빠트리는 건 역풍이 아닌 무풍(無風)이란 점이다. 고생은 되겠지만, 그래도 역풍은 움직일 힘을 준다는 것이다. 역풍 속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앞으로 전진하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유명 수필가 소개 4> 윤세영, "일상의 기적"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