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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탄회한 대화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다. 경상도 가족이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늘 서로 핀트가 안 맞다. 특히 사오정 같은 남편은 엉뚱한 질문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예를 들면, ‘둘째 아들이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당신 뭐 했어?’하고 호통을 치면 집사람이 ‘우리 아는 하납니다’ 하는 식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집안만 대화가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기업, 학교, 병원, 동호회 등 사람이 모인 어디나 소통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검찰, 군대 등 소위 군기가 센 집단일수록 특히 더 하다. 조직 특성상 속도와 결과를 중시해 의사결정이 상의하달(上意下達)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대게 소통도 날 잡아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회식(會食)을 통해..

일반 수필 2021.12.15

도루묵은 죄가 없다

겨울철 별미로는 도루묵도 한몫한다. 지글지글 구이도 좋고 보글보글 찌개도 맛있다. 추운 날 도루묵 안주로 소주 한 잔 하면 몸도 마음도 금방 풀리게 마련이다. 바닷가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도루묵은 동해안에서 주로 나는 한류성(寒流性) 어종이다. 겨울철에 동해안으로 내려와 알을 낳는데 옛날에는 흔해 빠져서 버리던 물고기였다. 그러다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대규모로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늘도 없고 크기도 적당해 먹기에 딱 좋다. 도루묵이란 이름은 선조가 피난 중에 ‘묵’이라는 고기를 먹고 맛있어서 ‘은어(銀魚)’라 이름 붙였는데 환궁(還宮)해 먹어보니 그 맛이 아니어서 ‘도로 묵’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먹을 게 없을 땐 뭐든 맛있겠지만 배부르고 등 따시면 있던 입맛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분명, 산해진미(..

기억과 감정

동물도 기억과 감정이 있다. 유튜브 등 다양한 자료들을 보면 놀라운 장면이 많다. 어려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사자(lion)는 야생으로 돌아가 한참이 지난 뒤에도 함께 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부비면서 격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야생의 사자가 사람에게 달려들 때면 짧은 시간이나마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혹 저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다. 여간한 관계가 아니고선 다른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자가 아니라 들개만 해도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동물도 이런 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오죽할까.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듯 애틋한 감정은 수십 년이 흘러도 헤어지던 그대로 생생하다. 오래된 유물(遺物)처럼 세월의 먼지와 때를 이고서 고스란히 감춰져 있다. 좋은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