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필

예수님과 부처님

장 산 2021. 3. 24. 01:28

광장에서 긴 머리를 산발한 웬 남자가 고뇌에 찬 눈으로 서로 사랑하라고 외치고 있다.

몰려든 사람들로 주변이 복잡해져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며 눈을 흘긴다. 어떤 사람은 시끄럽다며 대놓고 미친놈이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구청에다 주민불편 신고를 하기도 한다.


그때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행색이 점잖지 않아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 남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수수한 젊은이가 여인을 위로하려는 순간 주위 사람들이 더러운 년이라며 욕을 한다. 남자는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며 여자를 보호한다. 


깨끗한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은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며 상종할 필요가 없다고 외친다. 

어떻게든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에서 저 혼자 약자와 불쌍한 사람의 편을 든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어질 리 만무한 일인데 참 한가한 얘기하고 있다며 비웃는다.


어느 골목길에서는 비쩍 마른 노인이 구걸을 하고 있다.

얼마나 주렸는지 눈은 휑하고 갈비뼈마저 드러나 있다. 신발도 없고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필요 없는 사람 같아 보인다. 몇몇이 그를 따르며 어떤 말들을 읊조리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놈들이라며 욕을 해댄다.


초췌한 늙은이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조용히 말한다.

마침 식당에서 나오던 사람들이 빌어먹는 늙은이에게 정신 나간 놈이라며 비웃는다. 그중 몇몇은 쪽박을 발로 차 버리며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린다. 그래도 노인은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이 평온한 표정이다.   


현실에서, 지위도 변변찮으며 행색까지 초라한 사람이 딱히 먹고사는 것과 별 상관없는 말들을 한다면 나는 그의 진가(眞價)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사회적 지위나 부(), 혹은 지식과 무관하게, 그의 말이 공동체를 위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잠깐이나마 귀담아들을 수 있겠나.


현재나 그때나 그의 말씀은 다르지 않으리라.

다만 차이라면, 그때는 직접 사람들에게 호소했었고, 지금은 말씀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인간들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당시 그 말씀의 의미를 모르고 무시하고 그를 핍박했던 권력자와 부자들, 그리고 위선자들이 지금 우리들 모습 아닌가.   


혹여 그분들이 지금 당장 여기에 나타나신다 한 들 초라한 행색에 가려진 참모습을 누가 알아볼 수 있겠나.

그때처럼 무시하고 험담하며 핍박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출처:매일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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