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는 뭘 해도 좋은 시기이다.
쾌청한 날씨에 춥지도 덥지도 않다. 나무는 나무대로, 새들은 새들 대로 온 천지에 생명의 기운이 넘쳐난다. 이럴 때 조용한 곳을 찾아 낚시를 하는 것도 괜찮은 휴식이 될 것이다.
물론,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심하게 지루하긴 하다.
대어(大魚)의 꿈을 품고 왔다면 더 갑갑할 것이다. 그래도 강태공 세월 낚듯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낚시꾼 속이 타든 말든 그건 고기가 알 바 아닐 테니 말이다.
흔들리는 물결 속에서 찌에 집중하자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무료함에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데 미끼가 반은 사라졌다. 햐, 솜씨가 귀신 저리 가라다. 찌도 안 움직였는데 언제 갉아먹었는지 모르겠다. 참 허탈하고 약이 오른다.
다시 미끼를 던져 놓지만 이내 참지 못하고 끄집어낸다.
이번에도 영락없이 미끼가 뜯어먹은 식빵처럼 돼 있다. 몇 번 그렇게 당하고 나니 낚싯대를 잡아채는 시간이 불규칙하게 빨라진다. 결국 물지 않고 깔짝거리기만 하는 피라미 새끼와의 감정싸움으로 변질된다.
잉어나 붕어는 먹잇감이다 싶으면 일단 흡입하고 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찌가 쑥 내려갈 정도로 시원하게 미끼를 문다. 반면에, 입이 작은 피라미는 미끼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그렇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툭툭 미끼를 치니 찌가 바람에 흔들리는 건지 고기가 문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다.
미끼는 누굴 꾀어 속이려 할 때 사용한다.
그건 공짜가 아니어서 미끼가 꾀인 바늘에는 미늘이 있다. 미끼에 현혹되었다간 그 안에 감춰진 바늘에 꿰여 옴짝 딸싹 못하게 된다. 우리말에도 속았을 때 ‘코가 꿰였다’고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니, 미끼를 무는 잉어보다 새가슴 피라미가 더 현명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솔직히 정이 가는 건 아니다. 저도 입이 작아 할 수 없이 그랬을 뿐이지 능력이 됐다면 한 번에 꿀꺽 삼켰을지 모른다.
하여간, 잉어나 사람이나 부지불식간에 만나게 될 수많은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입이 작든지 아니면 욕심을 줄이는 게 좋을 듯하다.
하찮은 미끼에 인생을 거는 건 피라미만도 못한 생각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