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비해 진짜 젊어 보이는 아는 형님이 자칭 동안(童顔)이라며 형님 행세를 하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밥 살 능력도 되고, 살갑게 대해 알고 지내면 좋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 서로 마음에 들어 형제처럼 지내자고 했단다.
‘진짜 동안 형님’은 ‘자칭 동안 형님’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이래저래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발휘했다고 한다.
‘자동 형님’이 자기 친구들에 비해 제일 어려 보인다 하고, 와이프도 피부관리를 매일 해준다며 자랑할 때 열심히 맞장구를 쳤던 모양이다. 보통, 나이 어린 사람이 흔히 그러지 않나. 자동 형님 내외 입장에서는 오랜 만에 마음에 드는 이쁜 동생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 두 번째 만남에서 바로 사달이 났다고 한다.
더구나, 그날은 ‘자동 형님’이 분위기 있게 한 턱 내는 자리였다. 귀신이 시샘을 했는지, 이런저런 대화중에 해선 안 될 말을 꺼내 버린 것이다.
“자네 올해 몇인가?”, “예, 58입니다”
“그래, 58이라고?”, “예 형님, 58년 개띱니다”
“개띠라고? 어, 그럼 나하고 동갑인데.......”, “.......”
그 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바로 그로테스크(grotesque)하게 바뀌어버렸다고 한다.
뭐, 썰렁하기야 일러 무삼하리오! 두 사람 다 불과 몇 분 전의 그 아름다운 형제관계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직감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찐동 형님’은 갑장(甲長)의 소식을 영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혹시, 무림(武林)에는 ‘무서운 동안’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강호(江湖)로 숨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찐동 형님’도 참 눈치 없긴 마찬가지다.
그럴 땐 잽싸게, ‘실은 선친이 술 자시고 몇 년 미리 호적에 올린 것’이라고 좀 둘러댔으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자동 형님'의 마음을 몰랐을까.
그나저나, 이제 동안(童顔) 따질 일도 없으니 다시 만나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 물론, 그 전에 사람부터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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